20260506>0517 이정희 |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노트
나의 작업 속 좌절이 있는 낙원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려고 하는 인간의 모습과 우리가 존재하는 이 불완전한 자리. 그 위에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감정들을 담는다.
우리는 어떤 회화를 남겨야 하는가.
결국 이 질문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어떤 세계를 꿈꾸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불안과 결핍, 좌절을 안은 채 각자의 방식으로 낙원을 상상하고 살아간다. 거기에서 출발하여 좌절이 있는 낙원이라는 역설적인 풍경을 그린다. 화면 속 자연은 때론 밝고 따뜻한 빛으로 가득차 있지만 그 안에 놓은 인물들은 고요 속에서 각자의 감정을 견디고 있다. 서로 가까이 존재하면서도 완전히 닿지 못하고, 휴식과 불안은 동시에 머문다. 이 장면들은 이상향의 이미지와 현실의 감정이 겹쳐진다.
작품 속 낙원은 완성된 장소가 아니라, 변화하는 상태에 가깝다. 그것은 각자가 지닌 아픔과 고민, 불안을 포함한채로 존재한다. 자연풍경을 변형하고 재구성하며, 동시에 인물의 모습을 통해 이러한 내면의 상태를 시각화 한다. 특히 꿈이라는 개념이 작업에 내재되는데, 여기서 꿈은 두가지 의미를 동시에 가진다. 하나는 잠 속에서 경험하는 무의식의 장면이며, 다른 하나는 미래를 향한 희망으로서의 꿈이다. 이 두 의미가 서로 겹쳐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꿈에서 포착한 이미지에서 작업이 시작되기도 하며, 감각과 기억이 혼합되어 새로운 풍경이 나타난다.
최근에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본다. 밤의 어둠 앞에서 느끼는 막연한 불안, 쏟아지는 물의 거스를수 없는 압도적인 힘 앞에서의 긴장감. 이러한 상황속에서 인물은 멈추기보다는 그 안에서도 나아가려는 의지를 드러낸다. 이때 화면에는 머무름과 움직임. 안정과 위태로움이 동시에 존재한다.
나는 완전한 이상향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묻는다.
‘우리는 왜 여전히 낙원을 꿈꾸는가’ 그리고 그 질문 속에서 좌절과 불안을 끌어안은채 그럼에도 계속해서 나아가려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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