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14>0525 구태사 l 실재적 무한 Actual Infin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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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것이 언젠가는 소멸하는 유한한 세계에서 나는 때때로 끝나지 않는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존재의 죽음과 죽지않음을 멍하니 떠올리며 시간을 보냈던 유년기를 지나 나는 이 시간의 끝과 내가 속한 지구 너머 공간의 끝, 0에서 위로 아래로 끝없이 펼쳐져 나가는 수의 끝을 이따금 생각하는 사람으로 자랐다.   끝이 없다는 것은 어렴풋이 생각하면 우리를 굉장히 두렵고 무섭게 만든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나는 끝 이후의 것을 조금 더 두려워하는 사람이어서 막연히 모든 것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나는 이제 웬만한 것에 끝은 있음을 인정하는 어른이 되었고,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영원을 생각으로 좇는 어른이 되었다. 모든 것이 끝나는 세상에서 끝나지 않는 것을 생각하는 것은 꽤 낭만적이다.   분명 나와 우리를 둘러싸고 있으나 닿을 수 없는 곳이 있다. 그곳이 너무 멀어서 닿을 수 없는 것인지 혹은 존재하지 않아서 닿을 수 없는 곳인지조차 알 수 없는 미지의 그곳을 나는 끝없는 ‘무한’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 매우 큰 숫자를 말한다고 해도 그 숫자에 1을 더하는 순간 더 큰 숫자는 존재하며, 가장 긴 직선을 그린다고 해도 그 끝에 점 하나만 찍는 순간 더 큰 직선은 존재하게 된다. 무한에 1을 더해도 무한이며, 무한에 무한을 더해도 무한이다. 우리는 그것을 계산하거나 측량할 수도, 감각할 수도 없으며 나아가 인지할 수 있는지 없는지, 실재하는지 아닌지조차 파악할 수 없다. 무한은 우리가 아무리 닿으려 해도 결코 닿을 수 없는 곳이며, 그곳을 향해 다가갈 수는 있어도 절대 도착할 수는 없는 곳이다.   그러나 우리가 무한에 닿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대답은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우리는 절대 그곳에 닿을 수 없다. 그저 무한을 붙잡으려는 인류사의 궤적을 통해 나는 인류의 낭만을 느꼈다. 닿을 수 없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예술의 언어로 나타내고 이론적으로 증명하고자 하는 시도는 우리가...

20250430>0511 심미나 l 2025_구름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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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미나 작가는 한병철의 < 투명사회 > 와 같은 맥락으로 인간은 자기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을 필요로 하다고 말한다 . 작품은 과잉된 사회 속에서의 버려지고 낭비되는 시간 , 과다 데이터의 폭력과 절차에 의한 피로감으로 시작되었다 . 포스트 미디어 사회에서 발생하는 과잉 생산과 이미지의 혼재 사회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개인적 사유와 행위를 시작으로 한다 . 자기상의 유지를 시각적 이미지로 객관화하며 온전한 본인의 감정에 집중하기 위한 소거의 작업을 시작한다 . 지우고 비우며 흔적을 남기는 붓질의 수행을 통해 자아 성찰의 시간을 제시한다 . 마음보다는 외적인 것에 치중하며 정작 가장 중요한 내면을 다루는 것조차 잊혀졌다 . 심미나 작가는 인간에게 필수적인 어떠한 것에도 방해받지 않는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 현대는 특히 다양한 외부 자극으로 인해 본인의 내면의 마음을 다룰 여유조차 없기에 심미나 작가의 추상회화는 현대인에게 내면과 대화할 수 있는 필수적인 시간의 경험을 선사한다 . 추상 작품을 감상하는데 있어 어려움이 있어 하는 분들이 많은데 추상은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닌 자유롭게 해석이 가능하다 . 내면을 성찰하고 대화하며 작품을 바라보다 보면 작품에 보여지는 색채는 관람객의 주관에 의한 색의 잔상이 개인마다의 기억 또는 추억으로 또 다른 감각의 전이 현상을 경험한다 . 이는 관람객의 내면의 대화를 마주하는 공간을 제공한다 . LED 빛과 물의 관계성 조형의 기본 요소인 점 , 선 , 면에 색채가 더해지면 , 그 미적 대상으로부터 받는 인상은 한층 더 커진다 . 특히 빛에 의해 변화되는 색채를 도드라지게 시각화한 작품은 단 색조의 작품이나 흑백의 드로잉에서 느끼게 되는 키아로스쿠로 (chiaroscuro) 와는 차원이 다른 심미적 감흥을 안겨준다 . 이러한 예술 감상의 풍요로운 지대에로 우리를 유도라도 하듯 , 심미나 작가는 색채와 빛을 통한 인간의 내적 울림에 그 누구보다도 큰 관심을 쏟으면서 지금까지의 전통적인 회화적 표...

20250416>0427 장영준 l 시간의 틈에서 춤추는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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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버지께선 문구 도매업에 종사하셨습니다. 고무 딱지와 색칠 공책, 캐릭터 다이어리, 젤리롤 펜, 글라스 데코, 모든 게 집에 있었죠. 그러나 그중 절반은 해적판, 짝퉁, 듀프, 페이크 아이템이었습니다. 어떤 물건이 유행하면 거의 동시에 해적판이 시장에 돌았던 시대에, 유통업자가 둘을 함께 다루는 건 흔한 일이었습니다. 제게 주어진 것들은 대개 해적판이어서, 친구들이 정식 라이선스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 정작 문구를 파는 집 자식인 저만 조형이 어긋나고 조잡한 색채의 복제품을 들고 나오곤 했습니다. 해적판은 제 십대에 약간의 굴욕감과 창피함, 몇 차례의 싸움을 선물했습니다. 어쩌면 제가 그림을 택한 이유도 해적판이 아닌 오리지널의 제작자가 되고 싶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그것이 달성 불가능한 욕망임을 알아차린 건 한참 뒤였습니다. 세계는 제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서로가 서로를 반영하는 시대에 진입했고, 스마트폰의 재매개는 그보다 더한 양상을 띠었습니다. 제가 해적판의 논법이라 여겼던 것들이 어느 순간 매시업이란 이름으로 보편화되었고, 나아가 틱톡과 쇼츠라는 형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숏폼의 흥행으로 마주친 트라우마들에서 처음 건진 것은 단순한 복제였습니다. 그러다 저는 자연스레 제 경험 이전에 존재한, 이 문화적 지층을 만든 수원을 파헤치기 시작했습니다. 제 손과 눈이 100년 단위의 시공을 더듬어 나가면서, 저는 스스로를 대안 역사서를 작성하는 고고학자이자 도굴꾼으로 재발견했습니다. 이제 저는 고고학적 시선으로 과거의 지층들을 안내선 삼아 따라가며, 디지털 환경의 무제한적 덮어쓰기를 통해 화면 속 기록들에 파열하는 몸을 부여합니다. 이는 수많은 이미지와 상품들을 끊임 없이 교차시키며 스스로를 덮어쓰는 틱톡, 릴스와 같은 쇼츠들, 그리고 그것들과 이어진 테무, 알리와 같은 글로벌 해적판 쇼핑몰들에 의해 시장에서 밀려난 짝퉁 문구업체인, 제 본가에 대한 깊은 감회에서...

20250312>0323 20250328>0409 앞UP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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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러리 그리다 기획공모展 앞 UP 2024 2025_0312 ▶ 2025_0409 / 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 1 부 2025 년 3 월 12 일 -23 일   참여작가 / 이주연 조예서 조윤아 2 부 2025 년 3 월 28 일 -4 월 9 일   참여작가 / 김지연 민은희 최희준 입장료 없음 관람시간 11:00-6:00,   매주 월요일 휴관 갤러리 그리다 GALLERY GRIDA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2 길 21( 창성동 108-12 번지 ) B1 Tel. +82.2.720.6167 www.gallerygrida.com 지난 2024 년으로 열두 번째 진행된 갤러리 그리다의 신진작가 공모전은 이주연 ( 단면 , 5 월 29 일 -6 월 9 일 ), 조예서 ( 하늘의 뼈 , 9 월 1 일 -9 월 13 일 ), 민은희 ( 장미파 ! 워 10 월 18 일 -10 월 30 일 ), 최희준 ( 수상한 세계 , 11 월 1 일 -11 월 13 일 ), 김지연 (0<0, 11 월 22 일 -12 월 4 일 ), 조윤아 ( 흐르는 풍경 , 머무는 시선 , 12 월 6 일 -12 월 18 일 ) 의 순으로 개인전이 진행되었습니다 . 개인전이 개별적인 작가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면 이번의 전시는 그들의 단체전으로 2024 년 공모전의 총괄 형태로 모두를 일별하는 자리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 공간의 특성상 전시는 1,2 부로 진행합니다 . 맹인모상의 이야기는 코끼리를 만져본 장님들이 각자 자신이 만져 본 부분을 근거로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이야기입니다 . 그렇다고 눈으로 사물을 바라본다고 해도 , 있는 그대로 사물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일까요 ? 오늘날의 소통의 부재를 낳게 되는 원인 중 한 가지는 각자가 서로가 믿는 바에 근거하여 정보를 모으고 반복적으로 내재화하기 때문인 점도 있습니다 . 사람의 눈은 모두 같지 않습니다 . 보이는 것도 서로의 눈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

앞UP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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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UP 2025 공모가 종료되었습니다. 다음의 작가분이 선정되셨습니다. 기보경 김상희 김정호 단수민 솔라양 이혜린 응모해 주신 모든 작가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0241206>1218 조윤아 l 흐르는 풍경, 머무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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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그리다 기획공모 앞UP 2024 조윤아 《흐르는 풍경, 머무는 시선》 2024.12.06 - 12.18 일상은 끊임없이 흘러가는 풍경의 연속이지만, 그 속에서 우리의 시선들이 멈추는 순간들이 있다. 낯설지만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지는 순간들, 짧게 스쳐 지나가지만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는 찰나들. 이번 전시 《흐르는 풍 경, 머무는 시선》은 그러한 순간들을 기록하고 재구성한 작업들을 선보인다. 작업은 일상 속에서 발견한 소소한 장면들에서 출발한다. 현대의 스마트폰과 십 년 이상 된 디지털 카메라까지 다양한 도구 를 통해 포착된 이미지들은 한지 위에서 재구성되어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 떠돌고 부유하는 시선을 따라 포착한 풍경들은,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멈춘 기억을 담아낸다. 이는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공감과 연결을, 떠난 이들에게는 애도의 마 음을 전달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특히, 작업에 사용된 물감 토분 페이스트(Kaolin Paste)’는 조윤아의 어린 시절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아버지의 발인 날, 장지 의 흙이 금가루를 뿌린 듯 반짝이던 기억은 깊은 작업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이 기억을 바탕으로, 백토 가루와 펄 안료, 분 채를 혼합해 만든 물감은 단순한 재료를 넘어 떠난 이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기도이자 작품에 담긴 감정의 물리적 흔적으로 자리잡았다. 본 전시에서는 조윤아의 2024년 상반기, 약 4개월 동안 유럽 여러 나라를 방문하고 마주한 풍경과 장면에서 시작한다. 낯 선 환경 속에서도 익숙하게 느껴졌던 일상의 일부들은 카메라 렌즈에 담겨 한지 위에 겹겹이 쌓이고 해체되며 새로운 시각 적 이미지로 변모하였다. 이는 단순히 풍경을 찍는 행위를 넘어, 시간을 고요히 느끼며 장면에 몰입하며, 그 찰나를 더욱 깊 이 있게 관찰하려는 시도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각자의 삶 속에서 흐르는 풍경을 돌아보고, 머물렀던 시선 속 감정을 다시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 글. 조윤아 ...

20241122>1204 김지연 l 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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