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06>1218 조윤아 l 흐르는 풍경, 머무는 시선


갤러리 그리다 기획공모 앞UP 2024 조윤아 《흐르는 풍경, 머무는 시선》 2024.12.06 - 12.18

일상은 끊임없이 흘러가는 풍경의 연속이지만, 그 속에서 우리의 시선들이 멈추는 순간들이 있다.
낯설지만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지는 순간들, 짧게 스쳐 지나가지만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는 찰나들. 이번 전시 《흐르는 풍 경, 머무는 시선》은 그러한 순간들을 기록하고 재구성한 작업들을 선보인다.
작업은 일상 속에서 발견한 소소한 장면들에서 출발한다. 현대의 스마트폰과 십 년 이상 된 디지털 카메라까지 다양한 도구 를 통해 포착된 이미지들은 한지 위에서 재구성되어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 떠돌고 부유하는 시선을 따라 포착한 풍경들은,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멈춘 기억을 담아낸다. 이는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공감과 연결을, 떠난 이들에게는 애도의 마 음을 전달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특히, 작업에 사용된 물감 토분 페이스트(Kaolin Paste)’는 조윤아의 어린 시절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아버지의 발인 날, 장지 의 흙이 금가루를 뿌린 듯 반짝이던 기억은 깊은 작업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이 기억을 바탕으로, 백토 가루와 펄 안료, 분 채를 혼합해 만든 물감은 단순한 재료를 넘어 떠난 이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기도이자 작품에 담긴 감정의 물리적 흔적으로 자리잡았다.
본 전시에서는 조윤아의 2024년 상반기, 약 4개월 동안 유럽 여러 나라를 방문하고 마주한 풍경과 장면에서 시작한다. 낯 선 환경 속에서도 익숙하게 느껴졌던 일상의 일부들은 카메라 렌즈에 담겨 한지 위에 겹겹이 쌓이고 해체되며 새로운 시각 적 이미지로 변모하였다. 이는 단순히 풍경을 찍는 행위를 넘어, 시간을 고요히 느끼며 장면에 몰입하며, 그 찰나를 더욱 깊 이 있게 관찰하려는 시도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각자의 삶 속에서 흐르는 풍경을 돌아보고, 머물렀던 시선 속 감정을 다시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

글. 조윤아

Artist Statement
“떠나는 이들을 위한 현재의 순간들을 애도하다.”

삶의 여정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또 그들을 떠나보내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남겨진 이는 떠나간 이를 기억하고 기리며 애도하고자 한다. 본인의 작업은 이러한 감정과 순간들을 남겨진 사람의 시선에서 현재의 순 간을 기록하고 공유하려는 시도이다.
이 순간들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특별하게 기억될 수 있는 찰나들이다. 카메라를 통해 이런 순간들을 포착하고 기록하며, 본인의 시선이 머무는 지점을 깊이 탐구한다. 이 작업은 떠돌고 부유하는 여정을 연상시키기에 ‘항해하는 시선들(The Sailing Gaze Series)’이라고 명명하였다.

또한, 작업엔 직접 제작한 물감인 ‘토분 페이스트(Kaolin Paste)’가 사용된다. 아버지의 발인 날, 장지의 흙이 마치 금가루가 쏟아진 듯 반짝이는 모습은 어린 나이에 잊을 수 없는 기억 한편이다. 이 기억을 바탕으로 백토 가루, 펄 안료, 분채를 섞어 독특한 물감을 만들고 이를 작품에 사용한다. 이렇게 제작된 물감과 이를 사용하는 행위는 그림을 그리는 순간에도 떠난 이 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본인만의 기도 방식을 담고 있다.

주된 작업은 핸드폰 사진첩 속 장면들을 선택하고, 이를 한지 위에서 새롭게 재구성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차에 매달린 인 형이나 새의 형상처럼 보이는 구름 등, 오직 그 순간에만 존재하는 대상들을 포착한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일상의 찰나와 우연 속에서 특별한 감정을 이끌어내고, 그 순간을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보는 현상적 태도를 작품에 담아내고자 한다.

최근에는 핸드폰 카메라를 넘어, 빈티지 마켓에서 구입한 오래된 디지털 카메라로 이러한 순간들을 포착하는 작업을 시도하 고 있다. 십 년 이상 된 이 카메라는 스마트폰과는 다른 독특한 촬영 경험을 제공한다.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고 셔터를 누른 뒤 결과를 확인하기까지의 과정은 핸드폰보다 다소 복잡하지만, 그만큼 천천히 순간적인 장면에 몰입하게 만든다. 셔터를 누르는 매 순간이 더 신중해지며, 화면에 나타나는 이미지에는 시간이 축적된 듯한 깊이가 느껴진다. 이러한 느림과 신중함 은 작업 자체를 풍부하게 만들고, 표현하려는 순간들의 본질에 가까워지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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