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20240901>0913 조예서 l 하늘의 뼈
하늘의 뼈 조예서 | 작가노트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한 길을 걸어왔다 . 하늘색 황혼으로부터 시작된 이 길은 아주 오래도록 내게 머물러 왔고 앞으로도 영원히 나를 덮을 것이다 . 세상과 닿을 수 없는 , 가장 좁고 어두운 길 . 보잘것없는 곳 . 연약한 곳 . 낮은 곳 . 우리가 함께하는 곳 . 이 길에서 수집했던 아름다움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마음에 모아두었다 . 새의 지저귐 , 반짝이는 별 , 피어나는 달 , 타는 해 , 흩날리는 구름 , 흐르는 무지개 , ...... 비겁한 마음이 모두 떠나가도록 나의 몸 , 가장 건조한 곳까지 흘려보낸다 . 희미해진 감각을 깨우고 가난한 생각을 벗겨내어 , 나를 지우고 너를 그리는 경계를 소리 낸다 . 너와 나 사이로 길게 뻗은 견고한 이 길은 시작과 끝을 알 수는 없지만 , 나의 이름을 짓고 나의 나라를 세우며 죽은 세계를 경작하던 나에게 ‘ 너 ’ 라는 선물을 주고 싶었다 . 나의 이기심으로 물들어버린 이 길을 고이고이 닦아 온전히 네게 향할 수 있게 , 나의 슬픔과 상실을 하나하나 디뎌가며 새하얀 길을 빚는다 . 언제쯤 네게 도달할지 알 수는 없지만 , 도달하지 못할지라도 그저 성실한 걸음만이 너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을 안다 . 너를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을 내어주겠다고 ,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길 곳곳에 나의 목소리를 두드린다 . 너를 사랑할 수 있도록 축적된 시간이라면 , 어떠한 고난 속에도 , 스미는 기다림으로 이 길을 걷기 원한다 . 나는 평범한 가장자리를 걷는다 . 가장자리의 심성은 ‘ 날마다 ’ 로부터 재현되는 법이니까 . - 나는 비우기 위해 작업을 한다 . 가득 채워진 공간에 텅 빈 공간을 부은다 . 비운 마음을 그려낸다 . 여백의 시간은 하늘의 무한을 땅의 무수로 가지고 오고 , 나의 울타리를 언제 어디서나 좁히고 펼 수 있게 네 마음의 반경에 깃들게 한다 . 이 유기적인 거리는 빛의 꼬리를 물고 , 되돌아가고 싶은 길...
20241101>1113 최희준 l 수상한 세계
<수상한 세계>는 사라짐과 생겨남 사이의 중간 상태를 탐구한다. 최희준은 일상에서 사라지고 움직이는 미묘한 순간들을 그리며, 그 과정에서 무언가 놓치고 있다는 아쉬움을 반복해서 경험한다. 그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세상의 순간순간이 사실은 해체와 재구성의 연속임을 관찰할 수 있었다. 마치 물의 표면이 빛과 함께 끊임없이 흔들리듯, 그의 작업에서도 선과 색은 하나의 형태에 머무르지 않고 흐트러지고 섞이며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낸다. 최희준은 평소와는 다른 이상한, 좀처럼 답을 내릴 수 없는 의심스러운 감정을 ‘수상한 세계’로 풀어내고 있다. 그가 느낀 수상함은 일상 속에서 잘 느끼지 못하는, 미세한 변화에 대한 낯섦과 맞닿아 있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세계는 변화를 겪고 있지만, 그 변화의 속도나 방향을 쉽게 체감하기 어렵다. 바다의 파도와 모래사장은 언제나 다른 모양으로 만들어진다. 어항 속 물고기, 날아가는 새, 사람들의 모습 또한 하나로 고정된 것이 아닌 수많은 관계와 사건이 얽혀 이루어져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든 형상은 끊임없이 유동하며 한 순간도 같은 상태로 남아 있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모든 것은 잠깐의 변함이 없는 사건일 뿐이며 언젠가는 사라지게 된다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그 희미하고 사라지는 것들을 계속해서 그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최희준은 작업실 앞 개천에서 시작한 야외 드로잉을 통해 물 속에서 반사되고 흐트러지는 장면을 포착하고, 이후 수족관과 바다로 여러 대상을 탐색해 나갔다. 그의 작업에서 시간은 고정된 형상이 아닌, 계속해서 변형되고 해체되는 선과 색감의 흐름으로 표현된다. 어항, 물고기, 바다와 같은 형상은 고정된 실체가 아닌, 선과 선 사이의 유동적인 공간에서 변형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그의 작업에서 세상의 사물들은 고정된 형상이 아닌, 흩어지는 선들의 집합으로 그려지며, 이들은 움직임과 상호 관계 속에서 새롭게 정의된다. 이러한 과...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