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5>0327 20240403>0414 앞UP 2023
갤러리 그리다 기획공모展 앞 UP 2023
2024_0315 ▶ 2024_0414 / 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1부 2024년 3월 15일-27일
참여작가 /김지현 남정환 최신우
2부 2024년 4월 3일-4월 14일
참여작가 /김소헌 남희주 주건우
입장료 없음
관람시간 11:00-6:00, 매주 월요일 휴관
갤러리 그리다
GALLERY GRIDA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2길 21(창성동 108-12번지) B1
Tel. +82.2.720.6167
지난 2023년으로 열한 번째 진행된 갤러리 그리다의 신진작가 공모전은 최신우(눈동자 같이 지키시고, 5월 12일-5월24일), 남정환(이질적 질감, 5월26일-6월7일), 김지현(풍,경II 9월8일-9월20일), 주건우(얼룩, 어렴풋이 사랑스러운, 10월27일-11월8일), 남희주(사각시간, 11월17일-11월29일), 김소헌(모이고 흩어지다 자라나는 것, 12월1일-12월13일)의 순으로 개인전이 진행되었습니다. 개인전이 개별적인 작가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면 이번의 전시는 그들의 단체전으로 2023년 공모전의 총괄 형태로 모두를 일별하는 자리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공간의 특성상 전시는 1,2부로 진행합니다.
인간은 복잡한 층위로 구성됩니다. 각자의 선택과 경험 같은 요소들이 층층이 겹쳐지며 개별적인 인격을 형성합니다. 그 결과 사람들은 같은 장소에 서 있다고 해도 서로 다른 것을 보게 됩니다. 여기에 어딘가 몽환적인 풍경이 있습니다. 출발점은 분명 실재하는 풍경이겠지만 작가의 내면으로 침잠되었다가 끌어올려져 하나하나의 부품들이 인양되고 재구성된 것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김지현 작가의 풍경은 실재하는 풍경을 넘어서서 작가의 내면을 충실하게 비추고 있습니다. 같은 것을 보지만 다른 것을 인식한다는 것은 사회적 존재라는 인간의 삶을 실로 어렵게 만드는 점이지만, 인간이란 서로가 다르기 때문에 가치있는 것이 아닐까요.
인간은 사회적 존재라는 언뜻 당연한 명제에도 불구하고, 그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을 기능하게 하는 소통은 뜻밖에 어려운 것입니다. 서로가 말하는 바에는 미묘한 불일치가 존재합니다. 비어 있는 단락을 유추해내고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단 한 번도 소통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껴 보지 않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특히 어려워하는 사람도 있는데 남정환 작가의 경우가 그러합니다. 그는 국가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장애를 가졌고, 예술을 재활치료의 방법으로 선택했습니다. 말로써 소통하는 것이 어렵다면 그림으로 소통할 수 있지 않은가 말하는 그의 작업은 열정적이고, 특유의 왕성한 표현의지로 가득합니다.
치료의 목적으로 예술을 시작한다는 것은 이제는 낯설지 않은 일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이 환영받지 못한다는 느낌이란 어떤 것일까요. 스스로 관조하는 작업을 통해 상처받은 자신을 치료하는 예술이 필요합니다. 체험한 경험이나 감정을 작업으로 풀어내는 최신우 작가의 작업이 바로 그렇습니다. 그는 특히 '순환'에 주목합니다. 그에게 있어 만남이란 순환입니다. 타자와 만나며 순환되는 관계는 한편으로는 소통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개인적 삶의 한계를 넘어서는 어떤 것입니다. 검안사라는 직업을 가진 그는 자신의 노동 과정에서 얻어진 체험들 또한 작업에 녹여낸다는 점에서 성실하게 현실에 발딛고 서 있는 예술이 아닐까 합니다.
김소헌 작가의 출발점은 소소하다면 소소할 경험에서 출발합니다. 길을 걸어가다 나지막한 나무에 주홍색 꽃이 예쁘게 핀 것을 보고 사진을 찍으려 다가갔는데, 가까이 다가서서 보니 꽃으로 본 것이 실제로는 꽃이 아닌 나뭇잎의 끝부분이 시들어 말라가고 있었다는 경험입니다. 살아 있는 것과 죽어 있는 것은 정반대의 의미인듯 싶지만 실은 나뉘어지지 않는 것으로 순환되고 있습니다. 작가의 관찰에 의하면, 시들어버린 꽃은 고정되어 있는 사물이 아닙니다. 시간의 경과에 따라 형태와 색이 천천히 달라집니다. 어쩌면 그 변화는 시들어버린 꽃에 내재된 생명력 때문일까요. 재구성된 화면에서 시들어버린 꽃은 놀랍게도 자라나고 있습니다!
정제된 도심 속에서 자연물들은 인간의 의지나 계획과는 상관없이 굳이 시멘트와 보도블록 사이를 뚫어내고 자라나기도 합니다. 보통은 자연의 시시한 도발 정도로 여길 테지만 그들의 힘, 생명력에 반응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남희주 작가가 그렇습니다. 풍경은 어디에나 있지만 인지되는 풍경은 별로 없습니다. 대부분 출발지점과 목적지 사이에 존재하는 배경일 뿐입니다. 오늘 지나온 풍경에 대해 질문을 받는다면 아마도 떠오르는 것은 소소한 지엽적 정보일 뿐, 실재의 풍경이 아닌 만들어진 기억 속의 풍경일 뿐이라는 점을 깨닫는 경우가 많겠지요. 작가는 주변의 소소한 사건과 풍경들에서 전해지는 작은 힘이야말로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는 힘이 된다고 말합니다.
쓸모를 잃어버리고 망가져버린 사물들은 현대 사회의 어느 곳에나 있습니다. 곳곳에서 방치되고, 쌓여지고 있습니다. 사용가치를 잃은 사물에게 사람들은 냉담합니다. 어쩌다 드물게 주어지는 시선의 경우도 관심이 아니라 상황 자체에 대한 불편함일 것입니다. 그러나 쓸모를 잃은 사물들을 보는 주건우 작가의 눈길은 따뜻합니다. 버려진 그들을 모으고 재구성합니다. 마치 어린 시절의 놀이가 떠오릅니다. 용도를 알 수 없고 조합의 원리는 불가해하지만 어느 사이에 그들은 하나하나 차곡차곡 겹쳐지고 색다른 외형을 갖게 됩니다. 사용가치를 잃어버린 사물들에게 다른 가치를 부여하는 그의 작업은 자신의 가치를 끊임없이 저울질당하는 사람들에게도 위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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