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27>1108 주건우 l 얼룩, 어렴풋이 사랑스러운
얼룩, 어렴풋이 사랑스러운 Stained, ambiguously lovely 화려하게 아름답진 못하지만, 나만의 색깔을 내며, 갖가지의 색상들이 뒤엉키는 가장 나다운 향기, 아주 작은 나만의 고백. 얼룩: 본바탕에 다른 빛깔의 점이나 줄 따위가 뚜렷하게 섞인 자국. 액체 따위가 묻거나 스며들어서 더러워진 자국. 이 세상에 지혜는 어디에나 있고, 예술과 영감은 늘 내 옆에 함께였다. 작은 고집을 한 꼬집 버리니, 나는 ‘나’에서 ‘너’로, 그리고 ‘우리’까지, 마침내 나의 시야가 넓어져 전체인 ‘나’가 새롭게 보였다. 나에겐 너무나 크고 소중했던 내 자리에서, 누구에게 빼앗길까 두려웠던 그 자리에서, 사뿐히 내려와 주변의 아름다운 선물들을 바라본다. 너무 많아 두 손으로도 부족해 들었다 놓았다 반복한다. 그리고 나는 다 내려놓고 빈 손으로 깨닫는다. 나는 지금껏 너무도 사랑 받고 있는 존재였음을 기억한다. 고개를 떨구어 나의 얼룩진 모습을 본다. 계속해서 끊임없이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넣으려 노력했던 시간들, 나의 자리를 지켜 내려고 혼자 고군분투 하였던 그 시간들이 모여 모여 내 몸에 이런저런 색깔들이 애매모호한 얼룩이 되어버렸다. 참으로 애매하게, 어렴풋이 아름답다. 뭐 저렇게 힘들게 살았을까 하며 이 전의 내가 밉지만 동시에 너무도 고맙다. 바보 같이 같은 잘못을 반복했던 내가 하찮지만 또 너무 귀엽다. 저렇게 노력을 했음에도 메꿔지지 않은 빈틈들 투성이지만, 나는 이제 저 빈틈보다도 나의 아름다움을 더 보려고 한다. 이제야,,, 내가 사랑스럽다. 빈틈 투성이인 나도, 얼룩진 모습의 나도, 그래서 더욱 빛이 나는 존재였단 걸 알았다. 나는 다시 내 자리에 앉는다. 어린 아이가 되어 모든 색상들의 물감으로 온 몸이 얼룩이 진 채로 바보 같이 해맑게 웃으며 앉는다. 나를 보고 있는 저기 저 옆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웃는다. 난 지금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지만, 모든 것이 바뀌었다. 다음에 힘들면 자리에서 또 내려 와야지… 다음에는 조금